환경운동연합
보도자료
해외 화석연료 지원금 66억 달러 vs 재생에너지 ‘0’
한국 정부, 기후변화 ‘책임있는 중견국’ 운운하며 개도국 석탄화력 증설에 앞장
올해 말 올해 말 기후총회 전까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석탄 지원정책 폐기해야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석탄발전소 사업에 대한 수출신용기관의 지원 규모에서 한국은 43억5천만 달러를 기록해 OECD 국가 중 1위를 나타냈다.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석탄발전소 건설에 OECD 국가들의 수출신용기관이 막대한 금융 지원을 통해 중추적 역할을 해왔던 사실이 공식 문건을 통해 최초로 확인됐다. 올해 말 기후총회를 앞두고 OECD 내에서 석탄발전소에 대한 수출신용기관의 지원을 철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한국 정부는 오히려 지원을 확대하자는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운동연합은 화석연료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철폐해나가자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석탄발전과 탄광 사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공식 선언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올해 말 새로운 기후협상 타결을 앞두고 OECD 국가들이 수출신용작업반(Export Credit Group) 회의를 통해 해외 석탄화력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각국은 자국 기업의 해외 사업에 대해 보증, 보험, 대출 형태의 정부 지원을 제공하는 수출신용기관을 두고 있다. 수출신용작업반은 OECD 국가의 수출신용기관들이 환경과 기후변화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의 합의를 마련하기 위한 기구로서 기본적으로 ‘OECD 수출신용 가이드라인에 관한 협약(이하 협약)’을 따른다. 한국의 경우 정부 산하의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이에 해당한다.
◯ 수출신용기관이 막대한 금융 지원을 통해 세계적으로 석탄 발전소의 증설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던 것과 관련 시민사회의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OECD 내부 문건에서도 이 사실이 최초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각각 열린 OECD 회의에 제출된 문건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OECD 수출신용기관이 해외 석탄발전사업에 지원한 금액은 192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규모는 줄어드는 대신 최근 오히려 더 늘어나, 지난 5년간(2009년~2013년)의 금융 조달액이 115억 달러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대부분 인도, 베트남, 남아공,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 추진된 석탄화력 건설 사업에 지원됐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을 제외한 세계에서 신규 건설된 석탄화력 설비용량의 23%가 OECD 수출신용기관의 금융 지원을 받았다.
◯ 한국은 OECD 국가 중 수출신용기관을 통한 해외 석탄발전소 사업의 지원 규모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협약에 따라 보고된 해외 석탄발전소 사업에 대한 각국 수출신용기관의 지원 규모를 보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지원 규모는 43억5천만 달러를 기록해 1위를 기록했다. 일본이 32억7천만 달러로 2위, 독일이 20억 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이 화석연료(석탄, 석유, 가스) 발전사업에 지원한 66억 달러와 비교해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 제공한 지원은 ‘0’원으로 극심한 대비를 보였다.
2003년~2013년 발전사업별 수출신용 지원규모(협약 부문, 백만USD, 자료=OECD 2015년3월)
| 한국 | 일본 | 독일 | 프랑스 | 미국 |
석탄 | 4,349 | 3,269 | 2,041 | 1,819 | 1,722 |
석유 | 1,400 | 4 | 623 | 1,174 | 24 |
천연가스 | 873 | 1,016 | 3,788 | 408 | 4,310 |
화석연료 합계 | 6,622 | 4,289 | 6,452 | 3,401 | 6,056 |
재생에너지* | 0 | 285 | 3,882 | 507 | 1,474 |
*재생에너지는 수력, 태양광, 풍력, 지열, 바이오연료, 바이오매스의 합계.
◯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OECD 내에서 수출신용기관의 석탄화력발전 사업 지원에 대한 새로운 규제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반대로 지원을 확대하자는 입장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과 영국에 의해 제출된 규제안은 수출신용기관의 지원을 받는 발전시설에 대해 500g CO2/kWh의 온실가스 배출 성능기준(Emission Performance Standard)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으로, 지원 대상에서 대부분의 석탄화력발전이 제외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말 중요한 기후체제 협상을 앞두고 OECD가 새로운 합의와 정책 이행을 통해 책임 있는 기후변화 대책을 선도하겠다는 움직임이다.
◯ 반면 한국 정부는 3월 열린 OECD 수출신용작업반 회의에서 석탄화력에 대한 규제보다는 인센티브를 강화하자는 입장을 제출했다. OECD 내부 문건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배출성능기준의 도입 대신 ▲저효율 기술(아임계)의 석탄화력에 대한 지원을 예외적으로 계속 허용하고 ▲고효율 기술(초임계, 초초임계) 석탄화력에 대해서는 상환기간을 연장하는 조건의 인센티브를 확대하자는 입장을 제시했다.환경운동연합은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가장 더러운 에너지원인 석탄 발전소에 대한 지원을 고수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화석연료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철폐해나가자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부끄러운 태도라고 규탄한다.
◯ 고효율 석탄화력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자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석탄보다 탄소 집약도가 낮은 화석연료(석유, 천연가스)는 물론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 조건과 경쟁력을 더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개도국에 대해 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연료 에너지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는 우려가 아닌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효율이 낮고 가장 오염이 심해 선진국에서는 더 이상 건설하지 않는 아임계 석탄화력을 예외 조건을 통해 계속 지원하겠다는 것은 매우 후퇴된 입장으로서 비난 받아 마땅하다.
에너지 기술별 수출신용기관의 현행 상환 조건 및 한국정부의 입장과 환경운동연합의 요구
발전 기술 | 온실가스 배출계수 (g CO2/kWh)* | 현행 수출신용기관 최대 상환조건 | 한국정부 입장 | 환경운동연합 입장 |
재생에너지 | 0 | 18년 | 18년 | 18년 |
폐기물에너지, 수력발전, 열병합발전, 지역난방 | 상이 | 15년 | 15년 | 15년 |
탄소포집저장(CCS) | 45-180 | 18년 | 18년 | 18년 |
화력발전(가스) | 350 | 12년 | 12년 | 12년 |
화력발전(석유) | 550 | 12년 | 12년 | 퇴출 |
초초임계 석탄화력 (40% 이상의 에너지효율) | 750 | 12년 | 12년 + α | 퇴출 |
초임계 석탄화력 (35-40%의 에너지효율) | >750 | 12년 | 12년 + α | 퇴출 |
아임계 석탄화력 (35% 미만의 에너지효율) | >750 | 12년 | 12년(조건부 승인) | 퇴출 |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세계 평균값. 출처=IEA(2013), ECOFYS(2011), IPCC(2008), WWF자료(2014) 재인용.
◯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한국 정부는 석탄화력에 대한 수출신용기관의 지원을 중단하자는 OECD 합의에 동참해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파리 기후총회 전까지 석탄화력과 탄광 사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공식 선언에 나서야 한다. 수출신용기관의 화석연료에 대한 지원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기후변화 관련 국제적 합의 도출에도 성실히 협력해야 한다. 이는 녹색기후기금 공여를 비롯해 정부가 자임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역할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다.
◯ 한국 정부가 값싼 석탄 연료의 경제성을 국내와 해외에서 석탄화력을 늘리는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석탄 연소로 인한 치명적인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를 일으켜 오히려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한국 정부가 말하는 기후변화 대응을 통한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 창출’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사회적 편익의 증가와 건강한 일자리 창출에 있다.
2015년 4월 15일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권태선 박재묵 장재연 사무총장 염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