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협력동향
<한겨레 칼럼>한국형 개발원조 모델, 경제성장과 민주화 동시에 추구해야
2011-11-29 20:20|조회수 : 1,409

한국형 개발원조 모델, 경제성장과 민주화 동시에 추구해야 / 이성훈

 

한겨레 / 2011.11.28

 

이성훈 부산 세계시민사회포럼 조직위원장
부산 개발원조총회의 핵심 주제인
원조의 효과성은 한 국가의 개발을
단순한 경제적 지표가 아니라

삶의 질과 관련해 평가하는 것이다

 

오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의 개발원조총회가 부산에서 열린다. 신문과 방송에서 부산총회를 알리는 광고가 보이고 서울 광화문광장에도 대형 펼침막이 걸렸다. 170여 나라의 총리 및 장관급 대표단, 78개 국제기구와 세계 시민사회 대표, 학계와 민간기업 등에서 2500여명이 참가하는 명실상부한 개발원조 분야 최고위급 최대 규모 행사이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참가하며 르완다와 동티모르 대통령 등 국가수반들도 대거 참가한다. 또한 총회 행사 이외에도 의회포럼, 청소년포럼, 민간기업포럼 등 많은 부대행사가 동시에 열린다. 이 중 시민사회 대표단은 약 300명으로 정부 대표단을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이다. 시민사회 대표 500여명은 총회 직전 3일간 사전포럼을 통해 입장을 조율하고 로비 계획도 세우며 그 결과를 본회의 개막식에서 공식적으로 보고한다. 개발원조 분야에서 이제 시민사회는 명실상부하게 중요한 행위자로 인정되며 그 역할이 더욱 커져가고 있는 추세이다.

작년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사회는 한국의 개발 경험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개발독재’란 오명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난과 독재를 벗어나지 못한 많은 개발도상국에 한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성취한 경제성장과 민주화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최근 한국이 민주주의와 인권 후퇴 현상으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개도국은 한국이 과거에 어떻게 원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했는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경제성장 초기 단계인 1960년대부터 한국 사회는 서방 정부와 시민사회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았다. 정부는 이를 경제 인프라에 투자해 산업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상당한 액수는 당시 시민사회, 즉 농민, 노동자, 학생, 지식인의 리더십 양성에 쓰였다. 즉 원조를 경제발전과 사회발전 모두에 투자했던 것이다. 이런 시민사회의 사회적 인프라 구축 덕분에 ‘군사독재’하의 경제성장은 민주화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억압하려는 독재정권에 맞서 한국의 시민사회는 국제사회의 지원에 힘입어 민주화를 성취할 수 있었다. 이것이 이른바 ‘한국형 개발원조 모델’의 핵심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형 개발원조의 요체는 개도국이 경제성장과 민주화 및 인권을 모두 성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개발 경험 ‘지식공유’ 사업은 경제성장만을 강조하고 민주화와 시민사회의 역할을 경시하고 있어 균형감을 상실한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편향적 접근은 개도국의 권위주의 정부와 인권침해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부산총회에서 논의하는 핵심 주제인 원조의 효과성은 원조를 양이 아닌 질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을 말한다. 즉 한 국가의 개발을 단순한 경제적 지표나 수치의 증대가 아니라 인권, 성 평등, 양질의 일자리, 안전한 환경 등 삶의 질과 관련해 평가하는 것이다. 부산총회를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 머리를 맞대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개발원조 정책을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