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협력동향
<원조 새장 열어..'포스트 부산' 체제 출범>(종합)
2011-12-01 16:01|조회수 : 1,418

<원조 새장 열어..'포스트 부산' 체제 출범>


OECDㆍ유엔 '역할분담'..'본부'보다 '현장' 중심

中.印.브라질 끌어안기..'南南협력' 차별성 인정


(부산=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세계 원조의 새틀짜기를 모색하는 장이었던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가 1일 막을 내렸다.


국제 원조환경 변화에 따라 다각ㆍ다층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공식 확인하고 선진국과 신흥국, 민간 등 다양한 원조주체들을 아우르는 새로운 개발원조 파트너십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는게 전반적인 평가다.


외교통상부 조태열 국제협력대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모든 공여주체들을 포용해 새로운 글로벌 프로세스를 시작했다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국제원조 정책의 새로운 청사진은 총회 결과문서인 '효과적인 개발협력을 위한 부산 파트너십(일명 부산선언)'에 압축돼있다. 2005년 파리선언과 2008년 아크라 행동계획의 기본정신을 살리면서도 시대적 변화요소를 가미한 국제원조의 새로운 정치적 합의로 볼 수 있다.


부산선언을 관통하는 핵심적 메시지는 국제원조 논의의 담론이 '원조효과성'에서 '개발효과성'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조가 단순히 주는데 그치지 말고 받는 나라의 개발에 실질적 효과를 주도록 정책의 지향점을 바꾸자는 국제사회의 컨센서스가 도출된 것이다. 부산선언이 2015년까지로 제시된 새천년개발목표(MDGs) 달성 목표를 재확인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또 서구 선진국 중심의 원조체제에서 벗어나 선진국과 신흥국, 민간, 시민사회 등 다양한 공여주체들을 '포용'한 점도 주목할 포인트다. 특히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브릭스'(BRICS) 신흥국들을 국제원조체제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인 것은 의미있는 성과다.


부산선언은 "우리는 최근까지 비교적 협소한 범위의 개발 주체들만이 참여했던 의제설정 과정에 참여를 희망하는 국가 및 비정부 주체들을 포용하면서 우리의 협력을 발전ㆍ심화ㆍ확대하고자 한다"고 천명했다.


부산선언은 이 같은 원조정책의 방향전환과 원조주체의 다변화를 반영해 새로운원조규범인 4대 공통원칙과 4대 행동을 천명했다.


이중 4대 공통원칙은 ▲주인의식 ▲결과 중심 ▲포용적 파트너십 ▲투명성과 상호 책무성으로 제시됐다.


수원국의 주인의식을 첫머리로 강조한 것은 원조정책의 중심이 공여국에서 수원국으로 바뀜을 의미한다. '주는 쪽'이 일방적 원조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받는 쪽'이 스스로 개발전략을 세우고 그에 따라 공여국들이 돈을 제공하는 '맞춤형 원조'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원조정책의 방향이 '과정 중심'에서 '결과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뜻한다. '포용적 파트너십'은 신흥국과 민간이라는 새로운 공여주체들을 끌어안으려는 정치적 의지의 재확인이다.


'투명성과 상호 책무성'은 공여국과 수원국 모두 원조의 제공과 집행을 투명하게 하고 개발효과를 높이는데 있어 공동책임을 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목할 점은 이번 부산선언 과정에서 원조주체들 사이에 일정한 긴장과 갈등이 표출됐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의 남북협력(선진국-개도국)에 이어 새로운 개발협력 모델로 등장한 남남협력(신흥국-개도국)의 성격규정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신흥국 그룹 사이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국 그룹은 남북협력에 적용되는 방식과 의무를 남남협력에도 일정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신흥국 그룹은 남북협력과는 차별화된 남남협력을 강조했다.


양측은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벌였으나 결과적으로 중국, 인도 등 신흥국 그룹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또 공여국과 수원국 사이에서는 원조의 '비구속화'를 둘러싸고 의견대립도 있었다.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수원국은 2015년까지 모든 원조를 비구속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선진국 그룹이 이를 거부했고 최종적으로 '시한'을 두지 않고 비구속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부산총회가 막을 내리면서 이제 국제사회의 시선은 '부산 이후'로 모아지고 있다. 이번 총회를 끝으로 원조효과성을 화두로 한 '원조고위급포럼'(HLF)에 종지부가 찍히고 개발효과성에 초점을 둔 새로운 국제 거버넌스를 출범시키는 쪽으로 국제사회의 컨센서스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포스트 부산' 체제는 서구 선진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OECD와 선ㆍ후진국의 이해를 두루 반영하는 유엔이 서로 조화와 역할분담을 이루는 체제가 될 전망이다.


김성환 외교장관은 이날 폐막 기자회견에서 "OECD는 정책업무와 집행을 감리하고 UNDP는 현장사무소를 많이 갖고 있는 만큼 현장 이행 업무를 맡기 때문에 쌍두체제로 갈 것"이라면서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 등도 사실상 OECD 체제 밖에 있었지만 앞으로는 OECD, UNDP와 함께 원조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포스트 부산 체제는 선진국 위주의 '본부 중심' 보다는 수원국 위주의 '현장중심'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차원의 사무국을 만들어 관료적 감시시스템을 확보하기보다는 각국 단위에서 목표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현장에서 평가하는데 중점이 맞춰질 것이란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일단 총회 참가국들은 내년 6월 장관급으로 '글로벌 파트너십' 회의를 개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기에서 복잡한 갈래로 흩어진 원조논의와 메커니즘이 '교통정리'하고 새로운 체제의 골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원조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게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이번 총회 결과문서 협상과정에서도 선진국과 개도국, 공여국과 수원국 사이에서 '조율사' 역할을 맡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개발원조가 국제무대에서 우리 정부의 발언권을 강화하고 나아가 한국 외교의 지평을 높이는 핵심 어젠다가 될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