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협력동향
국제원조 패러다임 전환한 `부산선언'
2011-12-01 16:45|조회수 : 2,735

(서울=연합뉴스) 사상 최대 규모의 대표단이 참석한 부산 세계개발원조 총회가 1일 폐막했다. 세계 160여개국 정부와 국제기구 대표, 의회ㆍ시민사회ㆍ학계 대표들은 사흘간의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총회 결과문서인 `효과적인 개발협력을 위한 부산 파트너십(부산선언)'을 공식 채택했다. `부산선언'의 핵심은 국제 원조정책의 패러다임을 `원조효과성'에서 `개발효과성'으로 전환하고 선진국과 신흥국, 민간 등 다양한 공여주체들을 포괄하는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을 천명한 것이다. 단순히 제공하는데 그치지 말고 받는 나라의 개발에 실질적 효과가 발생하도록 원조 정책의 지향점을 바꾸자는 국제사회의 컨센서스를 도출한 것은 이번 총회의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성격규정을 놓고 이견이 표출됐지만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브릭스'(BRICS) 신흥국들을 국제원조체제에 편입시켜 새로운 개발협력 모델로 남남협력(신흥국-개도국)을 수용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부산선언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새로운 원조체제를 구축하는 실질적인 논의에 착수할 방침이다. 총회 참가국들은 내년 6월 장관급이 참여하는 `글로벌 파트너십' 회의를 개최해 복잡다단한 원조논의와 메커니즘에 대한 `교통정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구 선진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선ㆍ후진국의 이해를 두루 반영하는 유엔간의 조화와 역할분담이 중요 현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이제까지는 OECD DAC(개발원조위원회) 멤버 중심으로 원조가 진행돼왔으나 이번 총회를 계기로 OECD와 유엔개발계획(UNDP)이 함께 가는 체제가 됐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 등도 사실상 OECD 체제 밖에 있었지만 앞으로는 OECD, UNDP와 함께 원조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선언을 통해 합의된 ▲주인의식 ▲결과 중심 ▲포용적 파트너십 ▲투명성과 상호 책무성 등 4대 공통원칙과 이행계획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도 새로운 국제 거버넌스 출범에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 이어 부산 세계개발원조 총회는 한국의 달라진 위상과 국격(國格)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한국이 무상원조를 받던 시절 식량과 의약품 등이 부산항을 통해 들어왔다"면서 "부산에서 세계개발원조총회가 열리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국가로는 최초로 `수원국'에서 '지원공여국'이 된 한국이 개발원조 총회를 주최하고 원조 패러다임 전환에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이 자긍심을 갖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3개월만에 고국을 찾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대부분의 유엔 회원국들은 한국이 유엔이 추구하는 이상과 목표를 잘 달성한 나라라고 평가한다"며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을 전했다. 이번 부산총회는 국내적으로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상생' 또는 `동반성장'이, 국제사회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간 `공생발전'이 공통의 화두로 부상했다는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우리 정치와 의식 수준도 국제사회의 평가와 한국의 국격 향상에 걸맞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돼야만 선진국 진입의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12/01 16:2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