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패러다임 전환… 한국을 롤 모델로" 한목소리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에 참석한 세계 정상급 인사들이 한 목소리로 원조의 효율성 제고와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문하고 나섰다. 또 한국을 롤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원조총회는 이같은 목소리를 모아 1일 폐회식에서 '부산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29일 오후 부산을 찾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제한된 재원을 갖고 원조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공여주체들 간에 새로운 파트너십의 틀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개도국과 선진 공여국, 그리고 정부와 민간 간에 새로운 협력체가 필요하며 그런 면에서 부산총회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지금은 기후변화와 국제적 식량위기, 에너지·물 부족 사태 등으로 인해 개발도상국이나 취약 국가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원조를 필요로 하는 시기"라면서 "그러나 전통적인 선진공여국들의 경제는 대부분 침체상태라서 원조의 수요와 공급 간 격차가 상당히 심해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유엔 회원국들은 한국이 유엔이 추구하는 이상과 목표를 잘 달성한 나라라고 평가한다"면서 "과거 원조를 받던 한국이 이제는 공여국이 돼 원조회의를 개최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또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고 군 생활도 부산에서 했기 때문에 이곳을 방문하게 돼 개인적으로 감회가 깊다"면서 부산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반 총장은 30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의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해 6·25전쟁 유엔군 전사자 묘역을 참배하고 유엔기념공원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총회 첫날인 29일부터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벡스코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총회는 개발원조의 개념을 '부자 나라에 대한 가난한 나라의 의존'에서 '원조받는 국가의 자립 지원'으로 바꿔가는 획기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발원조 성공의 요체는 원조받는 나라의 정부 역량 강화"라고 지적하며 "고기를 잡아주는 것도 좋지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열정적인 어조로 국제 개발원조에서 한국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신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한국이야말로 많은 개발도상국들에 경제개발의 경험과 다양한 교훈을 전수해줄 수 있는 적절한 나라다"며 "개발원조 문제를 다루는데 한국은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퇴임 뒤 국제원조가 효과적으로 쓰이도록 원조받는 국가의 리더십 구축을 지원하는 '아프리카 거버넌스 이니셔티브'(AGI)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이날도 기자회견 직후 미국 국제개발협력처(USAID)와 함께 '아프리카 개발 리더십' 회의를 주관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30일 원조총회 사상 처음 열린 양성평등 특별세션 기조연설에서 개도국 여성의 역량 강화가 국가발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양성평등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힐러리 장관은 "양성 불평등 해소와 여성의 권리 강화가 실질적 원조효과 발휘에 필수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29일 밤 늦게 부산에 도착한 힐러리 국무장관은 30일 오전 총회에 참석한 후 이날 낮 부산을 떠났다. 그는 벡스코에서 열린 개회식에 참석하고 양성평등 특별세션과 OECD 주최 부대행사에서 연설을 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시민사회단체 퍼포먼스=29일 원조총회 개막을 맞아 국제개발분야에서 일하는 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 50여명은 총회가 열리는 벡스코 앞 광장에서 선진국들의 원조 개선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날 행사는 전 세계 700여개 국제개발단체의 네트워크인 베터 에이드(Better Aid)와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등 6개 단체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이들은 6년전 보다 효과적인 원조에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던 원조 공여국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다 심지어 원조 예산을 삭감하는 최근의 행태를 풍자했다. 또 해마다 760만명의 아이들이 5세가 되기도 전에 숨지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탁상공론을 접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원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손영신 기자 zer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