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 폐막…‘포스트 부산체제’ 주목
1일 막을 내린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는 ‘포스트 부산 체제’의 적극적 구현 여부에 따라 역사적 평가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부산 총회를 통해 국제원조 논의의 담론이 ‘원조효과성’에서 ‘개발효과성’으로 전환됐고 서구 선진 공여국을 중심으로 하던 국제원조 주체가 다변화됐다는 점은 명시적인 성과다.
그러나 기존의 남북협력(선진국-개도국)에 이어 새로운 개발협력 모델로 등장한 남남협력(신흥국-개도국)의 성격규정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신흥국 그룹 사이에 등장한 이견이나 공여국과 수원국 사이에서 원조의 ‘비구속화’를 둘러싸고 나타난 의견대립은 ‘포스트 부산 체제’에 놓인 국제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가 1일 오후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폐막식을 갖고 총회 결과문서인 '부산선언'을 채택, 사흘 간의 공식일정을 마무리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폐회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
‘부산선언’은 원조정책의 방향전환과 원조주체의 다변화를 반영해 새로운 원조규범인 4대 공통원칙과 4대 행동을 천명했다.
이중 4대 공통원칙은 △주인의식 △결과 중심 △포용적 파트너십 △투명성과 상호 책무성으로 제시됐다.
이들 원칙에는 ‘공여국과 수원국이 함께 원조정책의 중심에서 모든 원조의 제공과 집행을 투명하게 수행해 개발효과를 높이는데 있어 공동책임을 진다’는 정치적 의지가 담겨져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부산총회의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효과적 개발협력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출범에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토대로 △신흥국·민간분야 등 개발분야의 새로운 참여자 포옹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 개발은행 등 다양한 개발협력 주체들의 역량 공유 △고위급이 참여하는 정기적 회의 개최를 통한 개발이슈 모멘텀 유지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총회를 끝으로 원조효과성을 화두로 한 ‘원조고위급포럼’(HLF)에는 종지부가 찍히고 개발효과성에 초점을 둔 새로운 국제 거버넌스를 출범시키는 쪽으로 국제사회의 컨센서스가 형성됐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조만간 OECD와 유엔의 개발원조 집행기구인 유엔개발계획(UNDP) 등 유엔 관련기구들이 모여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십의 기능을 어떻게 수행할지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외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 박대원)은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에서 브라질 외교부 개발협력청, 독일 국제협력유한책임회사 와 각각 업무협조약정을 체결하고 미국, 캐나다, 일본의 주요 원조기관 관계자들과 기관 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뉴시스
◇ ‘부산선언’, 아직은 반쪽짜리
세계 시민사회 및 비정부기구(NGO)들은 일제히 부산총회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포스트 부산’ 시대의 개발원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지적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월드비전은 “부산회의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성장한 한국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서 “포괄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은 의의가 있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커스티 놀란 월드비전 공공정책 부문 본부장은 “최종 합의문서에 있는 몇 가지 애매한 단어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이번 총회 기간 공여국들이 취약국가들에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깨닫는 결과들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원조는 허술한 조항들로 이뤄진 선언문 약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지 않는 이상 그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으며 총회 참여국들이 앞으로 어떤 결과물을 낼지 몇 달 동안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ODA 와치’는 성명을 통해 “부산총회 결과문서의 협상과정에서 주요 공여국들의 국가 이기주의와 실천의지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애초에 부산선언의 초안에는 ‘2013년까지 100% 비구속성 원조를 한다’는 조항이 있었으나 한국, 미국, 일본 등이 강력하게 반대하여 최종 결과문서에는 시한 명시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어 “(각 정부가) 기업, 재단과 같은 민간 섹터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국가의 책임을 민간으로 전가하고 있는 행태”라며 “민간 섹터가 준수해야 할 원칙과 기준이 없어 원조가 기업의 사적인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해버릴 위험성까지 예상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개발원조 전문가들은 “결국 ‘부산총회 이후’를 더 주목해야 하며 정치·외교적 수사를 넘어 구체적 정책과 실천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