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협력동향
"'원조 대신 개발협력' 선언, 아직은 불안하다"
2011-12-05 21:09|조회수 : 2,834

"'원조 대신 개발협력' 선언, 아직은 불안하다"


1일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폐막식에서 이번 회의의 의제를 총괄 준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구리엘 사무총장과 개발원조위원회(DAC) 원조효과성 작업반 탈랏 의장은 모두 흥분해서 "원조의 종언"을 선언했다. 그들은 이어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개발협력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정말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원조가 죽었다"고 말하는 담비사 모요와 같은 아프리카 출신의 학자들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과연 이를 환영할까? 지난 반세기 동안의 개발원조 실패를 교훈삼아 원조를 개혁해야 하는데 이제 과연 무엇이 바뀌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갖고 부산 총회 폐막식을 바라보았다. 3일간의 화려한 '말잔치'를 통해 많은 참가자들이 발전을 위해 더 좋은 원조와 협력의 필요성을 주창했는데 이제 정말 잘못된 원조 관행은 바뀌는 것인가?

세계 최대, 최고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잘 조직된 부산 총회가 성황리에 끝났다. 외국인 참가자들은 이러한 어려운 행사를 감동 있는 행사로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한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리더십, 한 세대 만에 전쟁의 폐허인 난민촌 도시에서 상전벽해가 된 부산의 놀라운 변화를 보고 감탄하고 또 칭찬했다.

최종 결과문서인 부산선언이 채택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회의의 감동은 더했다. 마지막 협상 과정에서 이탈했던 중국, 인도 등 신흥 공여국들과 브릭스(BRICs) 국가들이 막판에 부산선언을 조건부로 지지하면서 한국이 주도했던 '글로벌 개발협력 파트너십'이 일단 성공적으로 착수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성공적이었다.

부산 총회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행사였다. 무엇보다도 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새로운 판을 만들 수 있는 큰 텐트를 치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원조 정치'와 동상이몽들을 주목해야 한다. 원조가 끝나고 개발의 시대가 온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미국과 유럽 중심의 세계경제 체제가 급속히 와해되는 단면을 보여준 것이고, 중국 등 신흥 경제국들의 역할과 위상이 얼마나 커졌는가를 원조 정치에서도 입증한 회의이기도 했다.

이번 회의를 마지막으로 사라질 운명이었던 OECD 개발원조위원회의 원조효과작업반회의가 6개월 연장되었으며, OECD는 개발전략을 수립하고 평가하는 핵심 역할을 부여받았다. 유엔은 그 동안 잃어버렸던 개발협력 논의의 주역으로 부상했고 개발도상국과 최빈국들은 더 이상 시혜의 대상이 아닌 경제 파트너와 주요 시장으로 바뀌었다. 유럽과 미국은 원조 실패에 대한 책임을 개발도상국들에게 완전히 전가시킬 수 있었으며 재정위기로 인해 엄청난 개발재원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유럽과 미국은 신흥 경제국들과 민간기업, 시민사회에 모든 책임과 역할을 넘겨 준 회의였다.

성공적인 회의였는가를 판단하려면 부산 총회 이후가 정말 문제다. 개발협력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이 과연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을 것인가? 중국, 브라질 등 신흥 경제국들과 민간기업, 시민사회 등 새로 등장한 선수들을 과연 누가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할 것인가? 지구촌 원조 정치가 이제 복잡한 혼돈의 시대를 맞게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원조를 죽이고 개발을 주창한 부산 총회는 인류의 보편주의와 인도주의 정신을 회복하는데 기여하지 못하고 시장과 자본에 모든 것을 내어 준 역사적인 최악의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신자유주의와 탐욕 자본주의가 마지막 위기를 맞고 있는 이 시대에 과연 시장과 자본에 운명을 맡긴 개발협력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원조를 주는 공여국도 받는 수원국도 사라진 개발협력의 새로운 시대에 지구촌 빈곤과 불평등, 기아와 질병, 분쟁과 기후변화를 극복할 엄청난 개발재원과 효과적인 공동의 노력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데, 원조의 종말을 선언한 부산선언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행동이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갈수록 존경받는 국가가 되고 있고 부산 총회에서도 모든 참가자들이 한국의 역할과 기여를 칭찬하고 부러워하였는데, 과연 국내정치와 경제도 대통령과 총리가 강조한 '공생발전'과 '따뜻한 포용사회'가 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얼마나 이 정부가 이중적이고 위선적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정치가 국내정치의 연장이고 시민들이 지지하는 공공외교가 소프트 파워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데 신뢰성과 진정성, 책임성이 없는 외교적 수사들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원조 정치에서도 이제 가벼운 약속과 공약이 아닌 이행과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 벡스코 리포트

<상>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

<중> "부산 개발원조총회로 국가 위상 제고? '원조'의 본말전도"

/이태주 ODA Watch 대표. 한성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