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최고의 원조총회라고 불릴 만큼 160여개국 장관급 대표단과 70여개 국제기구 수장 및 세계 시민사회 대표들을 포함하여 3500여명이 참석한 부산원조총회가 지난 1일 폐회됐다. 향후 ‘부산선언’이라고 언급하게 될 역사적 문건인 ‘개발협력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이 채택됐다. 협상 막판에 중국 등 신흥경제국들의 입장과 미국 및 서방의 입장이 달라 위기를 겪었다가 중국이 글로벌 파트너십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부산총회는 일단 성공적이었다.
잔치는 잘 끝났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많은 난제를 남겼으며, 각국 정부 및 국제기구, 시민사회, 민간 기업들이 실행해야 할 과제는 더 많아졌다. ‘원조에서 개발협력으로’, ‘서구에서 포괄적 파트너십으로’, ‘OECD에서 유엔으로’, ‘공적원조에서 민간원조로’ 방향이 선회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부산에서 이제 원조가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과연 실제로 무엇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는 지금부터 지켜봐야 한다. 시민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바와 같이 부산선언이 선진국들의 원조 실패 책임을 최빈국과 개발도상국들에 떠넘기고, 긴축재정을 핑계로 공적개발원조(ODA)를 삭감하고 대체 재원마련의 책임을 민간에 넘기려는 시도인지 아닌지를 이제부터 감시해야 한다.
부산선언이 지향하는 것처럼 지구촌 빈곤과 불평등, 분쟁과 환경위기, 질병과 실업, 차별과 배제를 극복하고 지구촌 99%의 삶의 질과 인권을 신장하기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선언이 될 것인지, 아니면 선진국의 책임과 약속에서 탈출하기 위한 ‘도피선언’이 될 것인지를 모두 지켜봐야 한다.
부산선언이 원조가 아닌 개발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역사적 문건이 되려면 우선 몇 가지 핵심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서방 중심의 원조에서 중국과 BRICs 국가, 민간 기업과 시민사회, 국제기구와 다자은행 등 다양한 원조주체들이 상이한 이해관계를 넘어서 지구촌 문제해결을 위해 공동 협력할 수 있도록 합의한 글로벌 파트너십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엔체제를 중심으로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지역기구와 다자기구들이 개발협력을 위한 역할 분담과 조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는 부산선언에서 강조하고 있는 개발협력의 투명성과 책무성 강화, 수원국 시스템 활용, 인권과 성평등 존중, 구속성 원조와 분절화 극복 등 약속의 이행과 실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비록 개발협력 재원이 정체되더라도 잘못된 시스템과 나쁜 관행만 개선해도 상당한 개발효과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조의 질적 개선과 원조개혁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선언은 공약(空約)일 뿐이며 부산선언은 협력이 아닌 도피선언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산선언을 합의로 이끄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우리나라의 책임과 의무는 어느 때보다도 커졌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 개발협력 시스템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고 효과적인 개발지원을 위한 개혁 노력이 중요한 때다. 특히 우리나라는 과도한 분절화로 인한 예산 낭비와 중복을 피하고, 구속성 원조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30여개 부처와 기관에서 분산 실시하고 있는 낭비적 시스템을 개선하여 (가칭)‘한국국제개발협력청’으로 과감히 통합해야 한다.
또 경제와 무역, 자원원조를 넘어서 인권과 성평등, 지속가능한 발전을 존중하고 극빈층의 삶을 개선하는 효과적인 개발협력을 실천해야 한다. 개발협력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가장 모범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분야이고 확실한 미래에의 투자이다.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부산선언이 실천에 옮겨져 역사적인 선언으로 회자되고 기록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