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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협력과 연대보다는 국익만 강조한 제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 통과 유감
2021-01-26 16:51|조회수 : 841



 

정부는 지난 1월 20일 제36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개최하여 <제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2021~2025)(이하 ‘제3차 기본계획’)>을 통과시켰습니다. 「국제개발협력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되는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은 향후 5개년 한국 국제개발협력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전략 문서입니다. <제3차 기본계획>은 “협력과 연대를 통한 글로벌 가치 및 상생의 국익 실현”을 향후 5년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비전으로 수립하고 ▷포용적 ODA ▷상생하는 ODA ▷혁신적 ODA ▷함께하는 ODA 등 4가지 전략목표와 12가지 추진과제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제3차 기본계획>은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해 글로벌 협력과 연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실현할 전략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 국제개발협력 방향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빈곤 퇴치와 인도주의 실현이라는 공적개발원조(ODA) 기본 정신과 원칙과는 멀어지고, ‘국익’, ‘일자리 창출’, ‘민간 해외 진출’ 등 지나치게 자국의 경제적 이익만을 강조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또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전략이나 내용도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로 절대 빈곤 인구 폭증한 가운데 빈곤 퇴치와 인도주의 실현이라는 원칙은 뒤로하고 한국의 정치·경제적 이익 수단으로 ODA 활용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적 기반과 역량이 취약한 개도국과 취약계층에 더 큰 타격을 입히고 있습니다. 봉쇄조치로 인한 생존의 어려움, 조혼과 가정폭력 급증, 아동의 교육권 훼손 등 취약계층의 삶은 더욱 위태로워졌고, 불평등은 심화되었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1년 절대 빈곤 인구는 최대 1억 5천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이는 세계 빈곤 인구 현황을 조사한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수립하는 <제3차 기본계획>은 이러한 환경 변화를 기반으로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코로나19로 심화된 개도국의 다양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기여할지 그 비전과 방향을 제시했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유엔 총회 연설에서 “포용성이 강화된 국제협력”을 언급하며 “인류 보편 가치에 대한 믿음”을 강조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3차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비전과 전략 목표별 추진과제는 ODA를 자국의 정치·경제적 이익 수단으로 이용해 온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제적으로 자국 중심주의와 경제적 이익을 포함한 국익 추구 경향이 강화되고 있고, 국내적으로 경협·외교·통상·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ODA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신남방, 신북방 정책 등 대외경제 정책과 ODA를 연계하여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계획도 수립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경제협력 강화와 단기적이고 협소한 ‘국익’ 추구입니까. <제3차 기본계획>은 그동안 원칙없는 ODA로 비판을 받아온 한국 국제개발협력에 대해 성찰하고, 왜 우리가 국제개발협력을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철학과 비전을 제시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제개발협력기본법」에서 명시한 ‘빈곤감소, 여성·아동·장애인·청소년의 인권향상, 성평등 실현, 지속가능한 발전 및 인도주의 실현’을 철학과 이념으로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과 제안을 담아야 했습니다. 그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입니다.  

 

둘째, 원조 분절화 문제에 대한 평가는 제외하고, 단기적인 개선방안만을 제시하였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국제개발협력기본법」개정을 통해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무조정실 내 사무국을 설치하였습니다. 그러나 유·무상으로 이원화된 구조를 그대로 두고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의 기능만 강화해서는 현재의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정부 역시 「‘20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에서 유·무상 연계 실적은 증가했으나 ▷기관 간 정보 공유·협력 및 조정체계 미흡 ▷유·무상 연계 부족 ▷무상사업간 분절 문제가 상존한다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이원화된 원조 집행 체계 통합 방안이나 무상원조 집행기관 일원화 등 장기적인 계획을 포함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셋째, 원조의 양은 확대하나 질을 개선할 방안은 담겨있지 않습니다. 정부는 ODA 총 규모를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2배 이상 확대하고, 양자·다자 비율은 탄력적 운영, 유·무상 비율은 40:60, 비구속성 비율은 유상 60%, 무상 95%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ODA 총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기조는 바람직하나 무상원조는 OECD DAC 회원국 평균 수준인 90%까지 확대하고, 유상원조는 신중히 집행해야 합니다. 특히, 최빈국 및 취약국에 대한 유상원조는 대폭 축소해야 합니다. 국제사회는 공여국이 자국의 수출을 촉진하고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자국 물품 및 서비스 이용을 조건으로 제공하는 ‘구속성 원조’가 협력대상국의 경제발전을 저해시키고 부담을 증가시킨다고 우려를 표해왔습니다. 정부는 특히 유상원조의 비구속성 원조 비율을 확대하기 위한 특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넷째, 중점협력국 재조정(안)의 선정 기준은 원조 효과성 제고보다는 한국의 경제협력계획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중점협력국 제도는 한정된 ODA 재원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원조 효과성을 제고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추가된 5개국은 모두 중저소득국가로 원조 필요성이나 원조 효과성보다는 신남방, 신북방 정책을 추진을 위해 선정되는 등 중점협력국 운영 취지와는 맞지 않습니다. 더불어 이번 중점협력국 재조정(안)은 <제3차 기본계획>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 추구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다섯째, 범분야 이슈인 성주류화 및 인권기반접근은 인도적 위기 상황으로만 범위를 제한했습니다.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은 ‘여성·아동·장애인의 인권향상 및 성평등 실현’을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기본정신이자 목표로 명시하며 개발과 인권의 연계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성평등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개 목표 중 독자 목표로 설정될 만큼 전 세계 모든 분야를 관통하는 이슈입니다. 그러나 <제3차 기본계획>은 성주류화와 인권기반접근을 국제개발협력 사업 전반에서 실현하기 위한 비전과 계획은 담지 않았습니다. 한편 녹색전환 과제로는 ▷기후변화 논의 선도 및 협력 강화 ▷전략적 그린뉴딜 ODA 추진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 계획을 밝혔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뿐 아니라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수출입은행 등 공적 금융기관은 여전히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한국전력, 한국서부발전 등 공기업들은 개도국에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ODA로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협력 사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전 분야에 걸친 정부의 사업 추진과 금융 지원이 지금처럼 일관성이 없다면 안에서는 그린뉴딜, 밖에서는 석탄팔이 비판을 면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시민사회는 다양한 채널과 수단을 통해 <제3차 기본계획>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왔습니다. 특히,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비전으로 ‘국익’을 명시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제3차 기본계획>은 시민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내용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못합니다. 위기 상황일수록 ODA의 기본 정신과 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 이러한 자국 중심적인 계획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초유의 위기를 극복하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Leave No One Behind)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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