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총회 ’짝퉁 원조, 독재영양제’ 해소못하고 폐막
“중국이 원조한 곳엔 중국집(음식점)만 가득하더라”
지난달 30일 부산 벡스코에서 만난 한비야씨(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는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중국 원조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그는 “짐바브웨엔 중국사람, 중국기업, 중국물자가 가득했다”고 지적했다. 한씨가 지적한 것은 바로 ‘구속원조’다. 구속원조란 원조국이 ‘자국 기업 참여 의무화’ 등의 조건을 붙여 원조하는 형태다. 한비야씨는 형태는 ‘원조’지만 사실상 ‘투자’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가 1일 오후 부산선언을 채택하고 폐막됐다. 부산선언에는 주인의식, 성과지향, 투명성, 책임성 등 4대 원칙과 민주적 주인의식 확보, 구체적이고 지속가능한 결과를 지향하는 노력 강화 , 남남·삼각협력 강화, 원조의 촉매역할 강화 등 4대 행동계획이 담긴다. 총회의 원조 역할은 유엔개발프로그램(UNDP),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나눠 맡는다.
하지만 여전히 ‘원조’가 가야할 길은 멀다. 앞선 중국의 사례처럼 ‘원조’를 가장한 ‘투자’도 원조에 포함되는가 하면, 여전히 아프리카 지역 많은 국가들에선 원조 물자가 부패한 정권에 흘러들어가며 ‘독재정권의 영양제’가 되고 있는 것 역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번 부산 총회에선 ‘계획 달성시점과 원조액수 증액’ 등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되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성과도 있었다. 우선 ‘여성’이 의제 전면에 부상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더 많은 여성들이 교육을 받고, 더 많은 여성들이 소액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라니아 알 압둘라 요르단 왕비는 “여성에 대한 교육은 인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미셸 바첼러 유엔 실무관은 “여성은 숨겨진 무기다. 평화스러운 무기”라며 여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이번 부산 총회에서는 ‘양성평등 세션’이 처음으로 개설될 만큼 ‘여성’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원조 주체의 다양화도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부산 총회 참석자 3500명 가운데 시민사회 단체 인사는 모두 600여명에 이른다. 역대 가장 많은 수다. 개막식에는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 등이 포함된 7명의 개막식 발표자 가운데 한명으로 올라 눈길을 끌었다. 또 중국이 서면협의 과정에 참가했고, 원조를 받는 국가(수원국)의 수장들과 원조기구 단체들도 다수 참여했다.